[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췌장암 말기이신 저희 아버지도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투약한 지 2주 정도 됐습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A씨의 아버지 B씨는 1년전 의료진으로부터 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으나 최근까지 버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항암 치료에 체력은 바닥났고, 장시간의 휴지기 동안 암이 전신에 퍼지면서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이 때 A씨의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이 최근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이었다. A씨는 “이미 '펜벤다졸'의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께 선뜻 권해드릴 수는 없었다”며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어 2주전부터 어렵게 구한 '펜벤다졸'을 아버지께 투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벤다졸' 투약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사례는 A씨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암환자나 그 가족들이 이 약물을 투약해야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그러다 말기가 되면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물을 투약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펜벤다졸'은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A씨 역시 “해외직구를 통해 어렵게 '펜벤다졸'을 구했다”고 했다.
실제로 이 약물은 생쥐 실험 결과 항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지난해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리면서 많은 암환자들을 설레게 했다. 제약사들이 인체 시험을 하기 전 실시하는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 것과 비슷하다.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에 대한 이야기는 카페나 유튜브 등에도 넘쳐난다. 여기에는 실제 약물을 복용하고 효과를 보았다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올라와 있다. 말기 암환자나 그 가족 입장에서는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펜벤다졸'은 요즘 복용자들이 급증하면서 해외 사이트에서도 구입하기 어려운 '귀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정부나 의료인, 약사 등은 입장이 다르다. '펜벤다졸'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복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일부 언론도 가세해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정식 임상시험을 한 약물이 아닌 만큼 의사나 약사, 정부가 앞장서서 '펜벤다졸'을 복용하라고 권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수 많은 암 환자들이 '펜벤다졸'에 의지하게 된 상황이면, 정부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약물의 유효성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서 그저 “사람에게 써본 적이 없으니 쓰지 마라”는 식의 권고는 무의미함을 넘어 무책임하다.
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펜벤다졸'과 관련해 상업적 임상시험은 물론, 연구자 임상시험이 승인된 사례는 전무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암환자들의 고통, 더 나아가 부정확한 정보가 가져올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한다.
펜벤다졸을 임상실험에 연구개발해야 한다
미국이나 제약회사 눈치보지 말고 국가차원에서 앙환자 관리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