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환인제약] 어깨 무거워진 오너 2세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환인제약] 어깨 무거워진 오너 2세
정신·신경계 질환 분야 특화 기업으로 안정적 성장 이뤄

토탈헬스케어 기업 도약이 목표 ... 파이프라인 확대 관건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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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환인제약 본사.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환인제약 본사.

 

스트레스 사회에 부합하는 제약회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조현병, 우울증 등 정신질환 관련 범죄가 증가하면서 신경정신과 치료제에 특화된 제약사들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제약회사가 환인제약이다. 이 회사는 우울증치료제, 정신분열증치료제 등 신경정신과 치료제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사회로 불리는 현대사회와 가장 잘 부합하는 기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환인제약의 오늘을 있게 한 인물은 1978년 당시 갓 서른을 넘긴 이광식 회장(72)이다.

1947년생인 이 회장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1970년 종근당에 입사해 제약업계와 연을 맺었다. 이후 1978년 환인제약소를 인수, 지금의 환인제약으로 탈바꿈시켰다.

1982년 법인 전환을 꾀한 그는 1987년 안성 KGMP 공장 준공, 1994년 중앙연구소 설립, 1996년 기업상장 등 환인제약을 ‘정상의 제약사’로 키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환인제약은 이후 2003년 조현병 치료제 ‘리페리돈정’, 2004년 ADHD 치료제 ‘메타데이트 CD 서방캡슐’, 2008년 조현병 치료제 ‘쿠에타핀정’, 2010년 조현병 치료제 ‘자이레핀정’를 잇따라 출시하며 중추신경계(CNS)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 과정에서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탄생했다. 2006년 도입한 항우울제 ‘렉사프로’는 이듬해 100억원의 매출을 넘어서며 주력품목으로 자리매김했고, 조현병 치료제 ‘리페리돈정’은 2011년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아버지가 끌어주고 아들이 밀어주는 부자(父子) 경영

신경정신과 분야의 약물 출시는 2012년 3월 오너 2세인 이원범 사장(45)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한 이원범 사장은 미국 듀크대에서 MBA를 마치고 2006년 환인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지원실 실장, 총괄부사장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고 2012년 대표이사에 오르며 본격적인 2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이후 환인제약은 지금까지 이광식 회장과 장남 이원범 사장의 각자 대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 임기가 3년인 환인제약은 올해 3월 이광식 회장이 연임 7회차, 이원범 사장이 연임 3회차를 맞고 있다. 아버지가 앞에서 끌어주고 아들이 뒤에서 밀어주며 손발을 맞추고 있는 구조다.

부자 경영에 돌입하긴 했지만 무게 중심은 여전히 부친인 이광식 회장에게 실려있다.

 

환인제약 지배구조.
환인제약 지배구조.

이사회 의장도 겸직하고 있는 이 회장은 환인제약 지분 18.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원범 사장은 2대 주주이긴 하지만 지분율은 2.58%에 불과하다. 오너일가 지분은 두 사람을 합쳐 21.21%다. 오너 2세가 경영에 참여한지 한참이 지났지면, 경영권에 대한 부친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식의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 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환인제약의 주식은 ‘FIDELITY PURITAN TRUST FIDELITY LOW PRIC’ 9.99%, ‘IVA FIDUCIARY TRUST IVA INTERNATIONAL FU’ 9.83%, 국민연금 6.19%, 신영자산운용 5.42% 등 기관투자가들의 지분 합계가 오너일가를 뛰어넘는다. 일각에서 경영권 방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신 환인제약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넉넉한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등에 대해 과감한 투자도 풍부한 현금성 자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7년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 마련한 지상 11층, 지하 5층, 연면적 1만5572㎡ 규모의 신사옥은 환인제약의 튼튼한 자금력을 뒷받침한다. 당시 환인제약 임직원들은 신사옥 이전과 함께 “글로벌 토털헬스케어 제약사를 향한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를 다진 바 있다.

 

부침 없는 매출 그래프 ... CNS에 주력하는 포트폴리오

매출규모도 크게 부침 없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환인제약은 조현병치료제 ‘리페리돈’ 등 중추신경계 약물을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이뤄내며 2010년 1000억원대이던 매출을 8년만에 1500억원대까지 끌어올렸다. 가파른 성장은 아니지만, 안정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환인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057

1101

1072

1045

1,207

1,454

1,414

1,480

1,547

영업이익

203

201

183

201

240

254

216

297

273

당기순이익

172

146

158

146

188

205

164

272

215

R&D비용

60

57

58

58

60

55

78

97

110

R&D비율

5.7

5.2

5.4

5.6

5.0

3.8

5.5

6.6

7.1

순항하던 매출은 2016년 한때 정체를 보이기도 했다. 약가인하와 주력 사업인 CNS 영역에 대한 경쟁사들의 등장 때문이었다. 도입 품목인 보톡스와 필러 역시 경쟁이 심화됐다. 

이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던 매출은 지난해 1547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73억원, 215억원으로 전년 대비(297억원, 272억원) 소폭 하락했다. 원인은 원재료비와 인건비의 상승으로 꼽힌다.

환인제약 측은 “주력품목인 ‘쿠에타핀’ 등 정신신경용제 매출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성장했다”라며 “순이익은 약가인하에 따른 원가율 상승 및 영업외 수익감소에 따라 전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은 2014년부터 5년간 19.9%, 17.5%, 15.3%, 20.0%, 17.7%로 다른 중소형 제약사들이 10%대 초중반을 오가는 것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의 전반을 견인하고 있는 품목은 역시 ‘리페리돈’, ‘쿠에타핀’ 등 정신·신경질환 치료제 제품이다.

환인제약의 정신신경용제 매출은 지난 2014년 861억원(71.3%)에서 5년간 꾸준히 상승해 2018년 1213억원(78.5%)까지 올랐다. 전체 매출의 80%에 가까운 비중을 정신신경제가 차지하고 있다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D 투자는 3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세다. 2015년 3.8%로 떨어졌던 연구개발 투자비율는 이듬해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 7.1%까지 올랐다.

환인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영업이익률은 타 제약사보다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이는 연구개발을 위해 발생한 것으로 R&D 비용을 꾸준히 늘리면서 기본적으로 CNS에 주력하는 포트폴리오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인제약은 그 중 네이팜과 공동 개발 중인 치매치료제 ‘리바스티그민’의 서방제제 개발과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리바스티그민 서방정 ‘WIP-RVX14’ 임상시험 3상을 승인했다. 현재까지 임상단계에 돌입한 리바스티그민 서방제제 과제는 환인제약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는 약효 지속기간을 늘려 복용 편의성이 개선된 리바스티그민 서방제제가 향후 상용화되면 상업적 가치가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 자회사 ‘앰브로비앤피’ ... R&D 파이프라인 개발 기대

환인제약은 향후 R&D 파이프라인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앰브로비앤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1%를 취득하며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은 그 일환이다.

앰브로비앤피는 비알콜성 지방간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로 2018년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3명과 환인제약이 공동출자한 회사다. 환인제약은 당시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이 회사의 지분 14.3%를 취득했다.

환인제약 건물 내에 입주해 있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이동수 환인제약 전무가 맡고 있으며 환인제약 오너 일가의 지분은 아직 없는 상태다.

앰브로비앤피의 R&D 파이프라인은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지만 비알콜성 지방간치료제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물질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환인제약의 R&D 파이프라인 개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체 신약 개발보다 제네릭(복제약)이나 상품 매출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환인제약의 변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치매국가책임제 정책 수혜 기대되는 제약사
이원범 대표 “정신신경계 시장 지배력 강화할 것”

환인제약은 올해 초 정신신경계 시장의 지배력 강화를 선언하며 매출 목표를 1659억원으로 잡았다.

이원범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우울증치료제 ‘아고틴’ 등 신제품 출시와 주력 품목인 조현병 치료제 ‘쿠에타핀’ 등을 통해 정신신경계 시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환인제약이 목표한 바를 무난하게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개선되고 있고 우울증이나 치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7월부터 정신과 상담 및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여기에 환인제약은 문재인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정책의 수혜주로도 꼽힌다.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에 대비하고 있는 환인제약이 정신·신경계라는 한정된 시장을 넘어 글로벌 토탈헬스케어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은 이제 이원범 사장의 어깨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침묵경영의 틀을 깨고 선도적 경영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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