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동성제약] 광역학 치료제 개발에 사활 건 오너 2세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동성제약] 광역학 치료제 개발에 사활 건 오너 2세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0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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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동성제약 본사.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동성제약 본사.

 

창업주의 집념이 만들어 낸 국민상비약 ‘정로환’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동성제약. 이 회사는 1957년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에 의해 설립된 이래, 이곳에서만 62년째 제약업을 영위하고 있다. 1972년 ‘배탈 설사엔 정로환’이란 광고문구로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지사제 ‘정로환’은 47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상비약으로 자리잡을 만큼 ‘공전의 히트를 친’ 제품이다. 염색약 ‘훼미닌’과 ‘세븐에이트’, 무취살충제 ‘비오킬’ 등도 동성제약을 대표하는 제품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성제약은 생활밀착형 중견제약사라 할 만하다.

 

동성제약 창업주 고(故) 이선규 명예회장.
동성제약 창업주 고(故) 이선규 명예회장.

러시아를 정복한다는 의미의 ‘정로환’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주인공은 고인이 된 창업주 이선규 명예회장이다. 이 회장은 192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1940년 도매상에서 약을 떼다 시내 약방에 되파는 중개인으로 약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으로 업계에 발을 내디딘 건 31살이 되던 1955년 부도난 고려은단의 경영에 참여하면서다.

당시 고려은단의 오너는 그의 외사촌으로, 이 명예회장은 외사촌에게 투자한 돈을 출자전환하는 형식으로 회사의 주요 주주가 되어 경영에 참여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의 마케팅 전략으로 고려은단의 매출은 다시 늘게 되었지만 다른 경영진과의 마찰로 회사와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명예회장은 1957년 부도 직전의 염색약 제조업체 ‘쌍용제작소’를 인수, 사명을 동성제약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제약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1965년 ‘파라페니렌디아민’ 원료합성에 성공하며 끓일 필요없이 물에 바로 타서 사용하는 염색약인 ‘양귀비 1호’를 선보인 데 이어 1968년 컬러염색약 ‘훼미닌’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잇따라 신개념 개발에 성공한 동성제약이 염모제 시장의 최강자로 올라선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새롭게 리뉴얼 출시된 동성제약의 ‘동성 정로환 에프정’.
새롭게 리뉴얼 출시된 동성제약의 ‘동성 정로환 에프정’. 

이후 이 명예회장은 국내 상황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였다. 배탈 치료를 위한 의약품인 정로환을 국내에 선보인 것도 이맘때였다.

한국전쟁 직후인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영양실조와 배탈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명예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해외기술을 배워와 1972년 배탈과 설사에 특화된 ‘동성정로환’을 만들어 국내에 선보였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배탈이 죽음과 붙어있는 무서운 병으로 군림하던 시절, 동성제약의 ‘엄마 손’ 정로환은 사람들의 체증을 내려가게 하는 효자제품이었다. 정로환은 출시 첫해 단일제품으로만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는 정로환 특유의 냄새였다. 

이 명예회장은 1988년 생약 성분 특유의 한약재 냄새를 완화시키는 코팅기술을 적용해 어린아이나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도 별 어려움 없이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정로환 당의정’을 내놓는가 하면, 2003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원조 제품의 공신력을 더욱 높였다. [관련기사 : 올디스 벗 구디스 - 배탈·설사엔 '정로환']

 

말단직원에서 최고경영자까지 ... 오너 2세 이양구 대표이사 

동성제약 이양구 대표이사.
동성제약 이양구 대표이사.

이선규 명예회장의 약업정신을 이어받은 건 3남 이양구 대표이사(57)다.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동성제약 기흥공장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양구 대표는 오너 2세들이 임원으로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하는 제약업계의 관행을 깨고 말단 직원으로 회사 일을 시작했다. 공장의 설비부터 상품 제조과정과 유통과정까지 직접 경험하며 익힌 그는 이선규 명예회장이 2008년 3월 별세한 뒤 2001년부터 동성제약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양구 대표 이전에는 큰 형 이긍구(65)씨가 1983년 대표로 취임해 2000년까지 회사 전반의 경영실무를 맡았다. 둘째 형인 이상구 서울아산병원 교수(63)는 회사 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사람은 한때 보유하고 있던 회사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형제들 중 동성제약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양구 대표 본인과 누나 이경희(60)씨(2.71%) 뿐이다.

최대주주인 이양구 대표의 동성제약 지분은 지난 7월 10일 기준 18.02%로, 특수관계자 지분을 포함하면 총 21.03%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동성제약에는 계열회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변칙 증여나 상속등을 위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계열사를 늘리고 있는 많은 제약회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동성제약 지배구조.
동성제약 지배구조.

이 대표는 최대주주로 경영 안정화를 꾀하는 한편, 대표직에 취임한 이후 사업 다각화에 더욱 몰두해왔다.

최근 ‘건위·정장제’의 기능을 강화환 ‘동성 정로환 에프정’을 출시하면서 기존 주력제품인 정로환을 재포지셔닝하는 작업을 하는 한편, 유산균제제인 ‘바이오가이아’와 알레르기성 비염치료제 ‘알러지컷’ 등의 신규 제품을 출시하고, 희귀약품으로 지정된 2세대 광과민제 ‘포토론’의 연구임상에 집중하고 있다.  [관련기사 : 건위·정장제 ‘정로환’ 새롭게 태어나다]

메디컬 기능성 화장품 개발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봉독, 실크프로테인, 태반 등을 원료로 하는 제품군을 다양하게 개발,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밖에 염모제 시장의 리더답게 기존 천연염모제에 지속성이 보완된 ‘허브스피디’를 출시, 이미용실 시장에도 진입하는 등 매출증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아버지 뜻 이어받은 ‘광역학 암치료’

이 대표가 요즘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분야는 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전문의약품 분야다.

이 대표는 부친인 이선규 명예회장이 살아생전 가지고 있던 암 치료제, 치매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대한 뜻을 이어나가기 위해 암과 치매 등 난치병에 대한 ‘광역학 치료제’ 개발을 주력사업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정상세포는 살리면서 종양세포만을 파괴하는 광역학 치료(PDT) 사업을 ‘100년 동성’을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 직접 펴낸 ‘광역학 치료의 이해’를 통해 광역학 치료를 미래의 암치료 대안이라고 제시한 것만 보더라도 광역학 치료에 대한 그의 비전과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동성제약이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광역학 치료는 칼이나 약이 아닌 빛으로 암을 없애는 치료방법이다.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과민제가 정상세포보다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원리는 레이저 광을 쬐어 암 조직 내에 축적된 광과민제가 독성을 가진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도록 함으로써 정상조직에는 손상 없이 암 조직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광과민제가 자외선 광을 받으면 붉은 빛의 형광을 발현하므로 기존에 찾기 어려웠던 암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광역학 치료의 핵심은 광과민제다.

동성제약은 현재 1세대 광과민제인 ‘포토프린’만 유일하게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2세대 광과민제인 ‘포토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09년 2세대 광과민제 ‘포토론’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획득했다. 수입제품이지만 임상에 성공하면 췌장암과 담도암 분야에서 포토론 세계판권은 동성제약이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동성제약이 새로운 모멘텀으로 포토론을 선택한 이유다.

 

광과민제 포토론에 승부수

2세대 광과민제 ‘포토론’.
2세대 광과민제 ‘포토론’.

동성제약은 지난 2014년 2세대 광과민제 ‘포토론’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고 이듬해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서 포토론과 특수광섬유를 이용한 ‘췌장암·담도암 초음파 유도하 내시경적 광역학 치료(EUS-PDT)’에 대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최근 그 결과로 환자의 평균 생존값을 높이며 기존의 화학요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 등을 보이지 않는다는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한 바 있다.

광역학 치료 대중화를 위한 기술 이전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동성제약은 지난해 1월 울산대학교와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치료용 레이저 프로브의 개발 및 의학적 활용에 관한 기술’에 대한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3월에는 한국전기연구원으로부터 암진단 및 치료용 형광 복강경 복합광원장치 기술 이전을 완료했다. ‘포토론’ 약제에 광역학 치료 임상기술과 의료기기 기술까지 확보한 셈이다.

이밖에 복강경을 이용한 췌장암과 흉강경을 이용한 폐암 및 유방암 등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7월 23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광역학 치료를 이용한 치료법과 진단기술의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MOU를 체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2세대 광과민제 포토론이 광역학 치료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동성제약이 포토론 임상에 성공할 경우 첨단 의료기기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광역학 암 치료 신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2주년 업력에 어울리는 포트폴리오 마련해야

이 대표가 광역학 치료에 미래를 건 이유는 암 치료제가 부친의 뜻이기도 하지만 올해로 창업 62주년을 맞이하는 동성제약이 업력에 비해 이렇다할만한 전문의약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동성제약 하면 의약품보다는 염색약으로 더 유명한 회사로 인식된다. 제약사임에도 전문의약품 시장에서는 입지를 다지지 못한 것이다.

매출 규모도 반 백년을 넘는 역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성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719

784

846

752

732

747

797

824

919

영업이익

-31

36

33

-20

-18

12

-23

10

-18

당기순이익

-79

17

32

-20

-109

5

-17

-2

-57

R&D비용

12

13

22

25

25

25

23

25

30

R&D비율

1.7

1.7

2.6

3.1

3.3

3.3

2.9

3.0

3.3

동성제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18억원, 순손실은 57억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매출을 살펴보면 외형은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와 흑자를 오가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성제약 측은 “일시적 해외시장 개척비용 및 연구개발비 등의 증가로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R&D는 지속적으로 비용을 늘려가며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혁신 및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은 포토론”이라며 “한국에서 최초로 여러 암 종류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허가를 받고 판매가 가능하게 되면 국내외 판로가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양구 대표가 수 년째 공을 들이고 있는 광역학 치료사업이 향후 잭팟을 터뜨리며 턴어라운드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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