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삼천당제약] 허술한 법망에 ‘승승장구’하는 오너일가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삼천당제약] 허술한 법망에 ‘승승장구’하는 오너일가
한림대 의료재단 네트워크 끼고 복제약 사업 '술술'

공정위 “법망을 피하는데 어떻게 규제 할 수 있나”

업계 “문서로는 문제 없어도 정상거래로 생각 못해”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6.04 11: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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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울 서초구 효령로에 위치한 삼천당제약 본사 전경.
서울 서초구 효령로에 위치한 삼천당제약 본사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의료기관과 제약회사는 오랫동안 갑을관계이자 공생하는 위치에 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관계에서 갑의 입장에 있는 건 의사와 의료기관이다. 수요에 비해 제약사간 경쟁이 과열돼 있기 때문이다.

삼천당제약은 대형 의료기관을 소유한 오너 덕분에 치열한 제약영업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같은 이유로 제약사와 관계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삼천당제약은 대형병원, 제약회사, 의료기기 업체를 아우르는 윤대인 회장 일가가 소유한 제약회사로 항생제, 소염제 등의 제네릭 의약품과 안과 용제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전신은 1943년 세워진 조선삼천당이다.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1986년 윤대인 회장(69세)이 이 회사를 인수하고 사명을 지금의 삼천당제약으로 바꾼 이후다. 윤 회장은 1994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2000년 기업공개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나갔다.

 

형제가 나눠가진 병원-제약사 ... 끈끈한 연결고리

삼천당제약 윤대인 회장은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의 대표적 포털사이트에도 사진을 올리지 않을 만큼, 베일에 싸인 경영자로 알려지고 있다.
삼천당제약 윤대인 회장은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에도 사진을 올리지 않을 만큼, 베일에 싸인 경영자로 알려지고 있다.

윤대인 회장은 1982년 학교법인 일송학원을 설립한 고 윤덕선 명예이사장의 차남이다. 일송학원은 춘천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등 한림대의료원과 한림대학교를 세운 곳이다.

윤덕선 명예이사장은 1996년 타계하면서 두 아들에게 생전에 맡겼던 학교와 병원을 그대로 물려줬다. 의사출신 장남 윤대원 일송학원 이사장(74세)은 일송학원과 강남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을, 차남 윤대인 성심의료재단 이사장은 재단과 강동성심병원을 물려받았다.

윤대인 회장은 1986년 삼천당제약을 인수해 부친으로부터 받은 재단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구조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나갔다. 관계사와 소유 병원들의 적극적인 공조로 삼천당제약은 2013년 연결기준 매출액 1000억원을 넘기며 중견 제약회사 대열에 합류했다.

 

지주회사 역할은 ‘소화’ ... 지배구조 정점은 윤대인 회장

삼천당제약그룹 지배구조
삼천당제약 지배구조

삼천당제약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건 지분 31.02%를 보유한 지배기업 ‘소화’다. 윤 회장은 삼천당제약 지분 7.23%와 소화의 지분 72.22%를 보유 중이다.

윤 회장의 아들 희제씨(37세)가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인산엠티에스도 소화의 지분 27.78% 보유하고 있어 소화는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가족회사라고 할 수 있다. 윤 회장 일가는 이를 통해 삼천당제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1979년 설립된 소화는 의약품 소매업 및 의료용품 제조 판매업을 주요사업으로 삼천당제약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소화는 삼천당제약과 함께 의약품 도매업체 수인약품 지분 74.0%도 가지고 있다.

1999년 인력용역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인산엠티에스는 2007년 본 사업을 한농푸드시스템에 양도하고 이후 의료기기 및 의약품 판매업으로 목적사업을 변경해 지금까지 삼천당제약의 관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윤희제씨는 윤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 이외에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2015년 소화의 대표이사를 잠시 맡은 적이 있긴 하지만 1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지금은 소화는 물론, 삼천당제약이나 인산엠티에스 경영에도 일절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너 3세 승계 기반 ‘인산엠티에스’는 어떤 기업?

업계에서는 인산엠티에스가 베일에 싸인 오너 3세의 경영승계를 도와줄 초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83년생인 윤희제씨는 성년이 되면서부터 인산엠티에스의 지분 100%를 확보하며 일찌감치 경영 승계의 기반을 다져왔다.

인산엠티에스는 다수의 의약품을 삼천당제약으로부터 공급받아 소화와 함께 윤 회장 일가가 소유한 강동성심병원과 윤 회장의 형인 윤대원 이사장이 이끄는 일송학원 소유의 여러 병원에 공급해왔다.

사실 업계에서는 2011년 약사법에 ‘친족도매 거래제한법’이 신설되면서 소화가 그동안 유지해오던 친족 거래를 끝낼 것으로 예상했다. 법안의 핵심은 ‘의료기관과 도매법인과의 관계가 2촌 이내의 친족 및 특수관계인이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도매상 법인의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 등은 서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삼천당제약과 관계사들은 기존의 ‘형-동생’간 거래에서 ‘조카(윤희제)-삼촌(윤대원)’간 거래로 형태만 바꿔 2촌 제한 규정을 교묘히 피해갔다. 소화가 한림대 산하 병원에 필수의약품을 납품하는 역할을 인산엠티에스로 넘겼기 때문이다.

당시 세브란스병원, 중앙대병원, 카톨릭의료원 등과 특수관계에 있던 제약사들과 도매상들은 ‘친족도매 거래제한법’으로 많은 타격을 받았지만, 인산엠티에스는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덕분에 지금도 건재하다.

 

아들은 지분만 보유 ... 사위경영 전면에 내세워

오너 3세인 윤희제씨가 인산엠티에스를 소유하며 경영 재원을 쌓아온 것과 별개로 삼천당제약의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윤대인 회장의 맏사위 전인석 사장이다. 전인석 사장은 지난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 윤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전인석 사장은 윤 회장의 장녀 윤은화씨의 남편이다. 미국 오리건대를 졸업하고 LG전자 멕시코 전략기획 담당을 거쳐 삼정KPMG에서 근무하다 2014년 삼천당제약에 입사한 전 사장은 전략기획실장 부사장을 역임하다 입사 4년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제약분야에서의 경력이 전혀 없어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기업컨설턴트로서의 활동 경력이 승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전 사장의 역할이 단순한 관리자격인 얼굴마담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 사장은 현재 회사 주식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적당한 시기가 되면 윤 회장이 아들인 희제씨를 경영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윤희제씨의 경영 참여와 관련한 질문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오너 일가 부 축적 ... 원천은 거대한 메디컬 그룹

사실 삼천당제약의 매출은 윤 회장 일가의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삼천당제약, 소화, 인산엠티에스, 성심계열 병원 등 오너 일가는 대학병원에서부터 의약품 제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메디컬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병원급식 및 식재재 유통 사업을 하는 한농푸드시스템 또한 인산엠티에스가 지분 76%를 보유하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회사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친인척 병원 네트워크라는 든든한 버팀목 덕분에 삼천당제약은 주로 제네릭(복제약) 사업만을 영위하는데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매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600억원으로 10여년 전(746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55억원, 당기순이익은 145억원에 달했다. 이는 최근 R&D 투자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경쟁기업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예컨대 정부의 고강도 약가인하 정책과 제네릭 사업에 대한 규제로 인해 대부분의 국내 제네릭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삼천당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746

776

767

1045

1189

1321

1474

1606

1600

영업이익

99

75

60

159

189

208

244

240

155

당기순이익

70

57

13

76

173

179

156

205

146

R&D비용

11

12

18

17

20

64

64

101

126

R&D비율

1.45

1.52

2.34

1.64

1.68

4.83

4.37

6.26

7.88

삼천당제약 그룹 관계사들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소화는 삼천당제약에서 구입한 제품 등을 강남, 평촌, 한강, 강동, 춘천, 동탄 성심병원 등 한림대 재단 산하 병원에 납품해 병원마다 최소 100억원에서 최대 300억원을 벌어들였고, 인산엠티에스는 강남, 한강, 한림대, 동탄, 춘천 성심병원과 거래하면서 병원별로 최대 100억원까지 매출을 올렸다. 

기업의 자체 공시 내용을 보면 이렇게 해서 지난해 기준 삼천당제약과 특수관계에 있는 소화는 약 1414억원, 인산엠티에스는 약 203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병원과 제약사간 긴밀한 내부거래가 없다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업계는 이렇게 창출된 수익의 상당 부분이 고스란히 오너 일가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천당제약이 혈연 등 특수관계를 이용해 서로 일감을 밀어주고 받으면서 친족 시스템 안에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오너 일가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쯤 되면 기업의 부당내부거래를 감시하는 등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구현을 위해 법을 집행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나 사회정의를 위한 법 제정기관인 국회의 존재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상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좀 더 촘촘한 법적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상황이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점에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4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에 위반되지 않는 친족간 내부거래는 잡을 수가 없다”면서 “법망을 피하는데 어떻게 규제를 할 수 있겠나. 법망을 피한다는 건 법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 않은 거래라 할지라도 법이 허용하는 한도내에서만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김영란법이 시행된지도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런 회사가 있다는 데 놀랐다”며 “과거 (삼천당제약과) 안과용 의약품 경쟁품이 있는 회사들은 (한림대 의료재단인 일송재단 산하 병원에) 얼씬도 못했다. 어차피 가봐야 소득이 없어서다. (일송 재단 병원과 삼천당제약의) 눈치를 봐야 했다. 지금은 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만 투명하면 되는가. 문서로는 문제 없어 보이는 거래라 이해할 수 있다지만 과연 누가 정상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이러니 제약회사 모두가 부정한 집단으로 인식되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겠지만 아마도 실상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회사에서 보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취재와 관련 삼천당제약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통화도 했으나 구체적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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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2021-06-26 23:14:48
역시 개구라제약 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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