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코오롱생명과학발(發) '인보사' 스캔들이 전국을 강타했다. 두 달에 걸쳐 조사를 펼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인보사의 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국산 신약 29호가 몰락하는 순간이었다.
식약처는 그동안 코오롱생명과학이 허위 자료와 거짓말로 사실을 조작하고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 해도 곱게 넘어가기 어려운 판국에,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기고 속였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 제약사의 이 같은 비도덕적 행태에 산업계는 물론, 정치계와 학계, 환자와 주주 등이 너나 할 것 없이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식약처의 발표와 동시에 제약·바이오업계, 국회, 시민단체 등은 코오롱생명과학을 지탄하는 내용의 입장문과 성명서를 쏟아냈고, 언론과 인터넷 등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공익적 색채가 짙은 제약업계에서 벌어진 일이라 코오롱생명과학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여느 때보다 날카롭다.
공무원과 국회의원에게 높은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이들이 국민의 혈세로 녹을 먹고 있어서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주 수익원인 제약사들도 이런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그 책임은 더욱더 무겁고 엄중하다. 제약사 직원들이 높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근무에 임해야하는 이유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런 사명감이 없거나 '매우'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골세포로 구성됐어야 할 2액의 성분이 안전성 문제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허가 사례가 없는 신장세포로 바뀌어 있는데도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인 작태는 가히 '엽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약업계는 이번 사태를 코오롱생명과학 한 곳의 문제로 치부하고 끝내면 안 된다. 도덕적 해이는 어느 제약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최근 제약산업에 돈이 몰리면서 늘어난 신생 기업들은 이런 도덕적 해이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 모 제약사는 제품의 품질 논란과 함께 주력 제품의 임상을 담당했던 교수의 가족과 허가를 담당했던 공무원이 임상과 허가 당시 회사 주식을 다량 보유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제품은 개발부터 허가까지 정당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곧 제2의 인보사 사태와 같은 불행을 낳을 수 있다.
다행히 제약업계는 이번 사태를 심각히 받아들이고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제약사의 도덕적 해이가 제약·바이오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주무 부처인 식약처의 역할도 중요하다.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만 보고 판단하는 단순 '페이퍼 워크'에서 탈피해야 한다. 페이퍼 워크는 자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제약사가 자료를 조작하거나 은폐하면 사실 파악이 어렵다.
이번 인보사 사태에서도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 FDA의 명령으로 실시한 STR 검사 결과를 공시하기 전까지 관련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측은 이미 2017년 성분이 다른 것을 파악했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페이퍼 워크 중심의 행정은 사건의 사전 예방이 어렵다. 따라서 더 실질적이고 사전 예방이 가능한 업무 방식과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3대 신산업으로 선정했다. 매년 4조원을 투자하고, 한국의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로 인해 정부의 육성 의지가 꺾인다면 이제 막 글로벌 시장을 비상하고 있는 제약업계에 큰 '부담'을 안기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이번 사태를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사가 제2의 코오롱생명과학이 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