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보령제약] 딸 부잣집 3세 경영 준비 척척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보령제약] 딸 부잣집 3세 경영 준비 척척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5.20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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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에 위치한 보령제약 본사.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에 위치한 보령제약 본사.

 

토종신약 ‘카나브’로 세계 시장 질주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보령제약의 국산 신약 15호 ‘카나브’가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이어 올해 4월에는 필리핀 시장도 뚫었다. 또 올해 3분기 안에 멕시코에서 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 ‘투베로’의 발매 허가를 예상하고 있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로, 2010년 9월 신약 허가를 받고 이듬해 출시됐다. 카나브는 출시 첫 해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면서 단숨에 블록버스터급 신약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에는 국내 고혈압 의약품 시장에서 단일제 부분 월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나브 제품군은 단일제인 ‘카나브’를 비롯해, 고혈압 이뇨복합제 ‘카나브플러스’, 고혈압 복합제 ‘듀카브’,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투베로’ 등 4종이다. 일명, 카나브 패밀리다.

현재 카나브 패밀리는 중남미, 동남아 등 전 세계 51개국과 약 4억7000만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토종신약의 성공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것.

카나브가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그 중심에는 창업주인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1992년 후보물질 합성부터 18년간 500억원을 투자해 카나브를 개발했다. 단일품목에 500억원이란 비용을 들일 수 있었던 건 신약에 대한 그의 믿음이 그만큼 두터웠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진면모는 단일제 개발 성공 이후 두드러졌다.

김 회장은 카나브가 국산 신약 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4만6000여명의 대규모 임상연구 데이터와 80여편의 논문을 확보했다. 또, 벨류업 파이프라인 R&D 투자로 카나브 패밀리 시장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보령제약의 데이터들은 4년 뒤인 2023년 2월, 카나브의 물질특허가 만료될 때 복제약으로부터 오리지널 의약품을 지켜줄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88세 PM으로 변신한 창업주 김승호 회장

보령제약 창업주 김승호 회장
보령제약 창업주 김승호 회장

김승호 회장의 카나브 사랑은 단순히 연구와 개발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올해 1월 카나브 총괄 PM(Executive PM)을 자처하며 명함을 새롭게 만들었다. 2월에는 그룹 임원회의에서 새 명함을 공개하며 실질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을 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M은 제품의 개발과 기획 단계부터 마케팅, 홍보, 영업 등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까지 책임지는 직무를 맡는다. 해외에서는 주력 제품 PM을 최고경영자가 맡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지만 국내 제약사에서는 김 회장이 처음이다.

1932년생인 그가 국내 최고령 PM으로 카나브 지원사격에 나선 건 카나브 패밀리가 올해 국산 신약 최초로 연처방액 1000억원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산신약이 처방액 1000억원을 돌파한 사례는 전무하다. 카나브 패밀리의 지난해 처방액은 668억원. 만약 올해 목표액 돌파에 성공한다면 국산 신약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김 회장님의 PM 활동은 최고경영자로서의 의지와 열정,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확실히 힘이 보태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5평 약국의 신화 ... 용각산과 겔포스로 다진 기반

카나브는 보령제약의 스테디셀러인 일반의약품 ‘용각산’과 ‘겔포스’를 디딤돌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령제약은 김승호 회장이 1957년 10월 서울 종로5가에 세운 5평 규모의 보령약국이 모태다. 약국을 운영하던 김 회장은 1963년 제약업의 본격화를 위해 보령약품을 설립하고 같은 해 동영제약을 인수하면서 제약기업의 기틀을 닦았다. 지금의 보령제약으로 이름을 바꾼 건 1966년의 일이다. 보령제약은 그해 말 일본 류카쿠산과 기술제휴를 맺고 이듬해 성수동 공장을 완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용각산’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용각산’이 보령제약 60년 역사의 거름이 된 제품이라면, 뼈대를 완성시킨 건 1975년 출시된 액체 위장약 ‘겔포스’다. 프랑스 기업과 기술제휴를 통해 안양공장에서 생산한 겔포스는 일회용 정량 포장으로 휴대성을 더하면서 1979년 초기 매출액의 16배에 달하는 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김 회장은 이때부터 사업 다각화를 진행했다. 1979년 아동생활문화기업 ‘보령장업(현 보령메디앙스)’를 세우며 유아용품사업에 뛰어든 그는 1984년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보령산업(현 보령홀딩스)’, 1991년 첨단생명공학기업 보령신약(현 보령바이오파마), 2004년 보령수앤수(현 보령파트너스) 등을 잇따라 설립하며 보령제약그룹으로 발전시켰다.

 

딸 부잣집 ‘여성 오너’ 김은선 회장

보령제약그룹 김은선 회장
보령제약그룹 김은선 회장

보령제약그룹은 딸 부잣집이다. 

김승호 회장은 슬하에 김은선, 김은희, 김은영, 김은정 등 4명의 딸을 두고 있다.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은 장녀인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과 막내인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이다. 다른 자녀들은 전업주부로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은선 회장은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2000년 보령제약 사장, 2001년 보령제약 부회장을 거쳐 2009년 김승호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10년간 보령제약을 이끌어오던 김 회장은 지난해 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김은정 부회장은 1994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2002년 보령메디앙스 상무, 2006년 부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승호 회장은 장녀인 김은선 회장이 보령제약을, 김은정 부회장이 보령메디앙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두 딸이 경영일선에 나서기 전 각자의 지분부터 정리시켰다. 2008년 김은선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보령메디앙스 지분 전량을 동생 김은정 부회장에게 넘기고, 김은정 부회장 역시 보령제약 지분 전량을 김은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령에 넘겼다. 이를 통해 김은선 회장은 현재 지주회사 격인 보령홀딩스를 통해 보령제약을 지배하고, 김은정 부회장은 보령메디앙스의 최대주주로 설 수 있었다.

 

지주사 나눴다 합쳤다 반복 ... 3세 승계 염두

보령제약그룹은 2017년 1월 ㈜보령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격인 ㈜보령홀딩스를 만들었다. 부동산임대사업은 기존대로 보령이 맡고, 보령제약 등 자회사 투자사업은 보령홀딩스가 맡는 구조였다.

그러나 2년 만인 지난해 말, 보령제약그룹은 인적분할했던 지주사를 다시 하나로 합쳤다. 외형적으로는 보령이 보령홀딩스를 흡수하는 형태였지만, 사명은 보령홀딩스를 유지했다.

이로써 보령제약그룹은 사업자회사인 보령제약과 지주회사격인 보령홀딩스로 지배구조가 정리됐다. 다만, 보령홀딩스는 지주사 역할은 하지만 요건 미달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전환 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합병이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투자목적 지주회사를 애써 떼어놨다 2년만에 다시 합친 것은 오너 3세인 김정균 상무의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사측은 “규모가 크지 않은 두 회사를 하나로 합병하는 것이 효율성 차원에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다시 합친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3세 김정균 상무 ... 지배구조 순탄

김정균 상무는 김승호 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회장의 장남이다. 1985년생인 김 상무는 2011년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삼정KPMG에서 근무하다 2013년 29살에 보령제약 전략기획실에 이사대우로 입사했다. 이후 2014년 이사, 2017년 보령홀딩스 상무로 선임됐으며 같은 해 지주회사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돌입했다.

김정균 상무의 원래 성은 아버지를 따라 ‘유’씨 였으나, 김은선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은 이듬해인 2010년 성을 ‘김’씨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상 김 상무의 승계에는 큰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현재 보령제약의 최대주주는 지분 33.75%를 보유한 보령홀딩스다. 보령홀딩스의 1대 주주는 김은선 회장(45%), 2대 주주는 김정균 상무(25%)다.

 

보령제약그룹 지배구조
보령제약그룹 지배구조

김정균 상무의 우호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상무 외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보령파트너스’도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상무가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보령파트너스’는 백신전문 비상장 계열사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78.64%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상무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그룹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전문경영인체제 유지할 듯

오너 2세인 김은선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한편으로는 오너 3세 승계를 위한 준비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은선 회장은 지난해 12월 3일 일신상의 이유로 보령제약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09년 대표이사 회장 취임 이후 10년만으로, 현재 보령제약은 외관상 전문경영인인 안재현·이삼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아들인 김정균 상무가 자리를 잡을때까지 한시적으로 전문경영인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령제약 안재현·이삼수 각자대표
보령제약 안재현·이삼수 각자대표

김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선 내려왔지만 보령제약의 등기임원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보령바이오파마, 킴즈컴, 비알네트콤, 보령컨슈머헬스케어 등 네 곳의 계열사 임원에서 물러나면서 겸직을 대폭 줄이기도 했다. 다만, 김 회장은 아들이자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상무가 대표로 재직 중인 보령파트너스의 임원직은 유지했다.

김 회장은 회장 승진 이후 보령제약, 보령, 킴즈컴, 비알네트콤,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파트너스, 보령컨슈머헬스케어 등 7곳의 임원을 겸직하며 2017년 과다겸직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10대 제약사 대표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과 배당액을 챙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과다겸직 사실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것.

김은선 회장의 보령제약 대표이사 사임과 겸직 축소에 대해 업계는 보령제약이 3세 경영을 앞당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관련 보령제약 관계자는 “3세 경영과 관련한 건 들어본 적 없다”라며 “책임경영 체제 강화가 목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10년간 꾸준한 성장 ... 신성장동력은 항암제

[보령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3010

3080

3121

3273

3595

4014

4091

4227

4604

영업이익

185

65

34

191

244

276

220

10

250

당기순이익

144

62

94

141

216

203

56

565

203

R&D비용

173

256

282

245

258

289

259

320

333

R&D비율

5.76

8.30

9.04

7.49

7.16

7.19

6.32

7.56

7.23

올해 창립 62돌을 맞은 보령제약은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사상 최대규모인 4604억원(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50억원, 당기순이익 203억원을 기록했다. 보령제약은 올해 매출 목표를 5200억원으로 잡았다. 카나브 패밀리의 성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4월 완공한 예산 신공장은 카나브 글로벌화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14만5097㎡ 부지의 예산공장은 기존 안산공장의 세 배 규모로 첨단 설비와 전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진 ‘드림 팩토리’로 불린다.

문제는 카나브 패밀리를 제외하면 보령제약이 전문의약품 부문에서 특별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령제약이 항암사업 분야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보령제약은 자회사 바이젠셀을 통해 면역항암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바이젠셀은 암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면역세포)를 골라내 배양한 뒤 환자 몸에 투여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VT-EBV-201'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는 지난해 임상 2상에 돌입했으며, 오는 2022년 조건부 허가를 통한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연내에 혈액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BR2002’의 임상 1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바이젠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강조한 건 안재현 대표다. 그는 지난해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김은선 회장에게 바이젠셀 투자의 필요성을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젠셀은 내년까지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보령제약이 획기적 항암제 개발을 통해 안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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