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정부에 저수가 문제 해결과 진찰료 30% 인상을 요구해오던 대한의사협회가 드디어 ‘전면 투쟁’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를 위해 회원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는데, 설문에 응한 회원 2만1895명 가운데 동참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76%에 달했다고 한다. 바야흐로 의료계와 정부의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의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투쟁시기와 강도, 그리고 명분이다. 언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떤 명분을 내세워 정부와의 투쟁을 전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수 있어서다.
그 중에서도 회원들의 참여 열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처럼 지도부 위주의 싸움이 전개된다면, 이번 투쟁도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다분히 동참하겠다고 밝힌 회원수가 많았다고 해서 실제 투쟁이 전개됐을 때 참여율이 높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번 설문에서도 나타났듯이 회원의 91.1%가 투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 중 72.4%는 투쟁과 대화의 병행을 요구했다. 이는 정부와의 대화를 전면 중단한 의사협회 집행부의 결정과도 사뭇 다른 것이다. 투쟁이 결정되면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견이 24.5%(5364명)에 불과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13만 전체 회원을 기준으로 볼 때 24명 가운데 1명꼴로 투쟁에 참여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굳이 노동조합의 투쟁 사례를 들지 않아도 실제 참여율이 이처럼 낮다면 의사협회가 기대하는 투쟁의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투쟁의 시기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대다수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싫지 않다는 분위기다.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험진료를 해주겠다는 데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수가 인상이든, 진찰료 인상이든 건강보험재정을 필요로 한다. 건보재정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수가인상 요구를 들어줄 경우 결국은 보장성을 축소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 취지에도 맞지 않거니와, 국민들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가 진료를 거부하고 집단휴진과 같은 전면투쟁에 나설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정부 역시, 의료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신, 강경대응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고, 최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태에서 보았듯이 의사협회 집행부가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는 곧 리더십 상실에 따른 집행부 와해로 새 집행부 출범이라는 결코 원치않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의료계 지도부가 나름 고심을 하겠지만, 단순히 설문결과만을 놓고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할 것인지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할 사안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투쟁이 필요하다. 내부 동력도 중요하고 명분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투쟁은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리를 추구할 것인가? 명분을 앞세울 것인가?
그 선택은 현 집행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