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 논의에 환자는 없다
의료일원화 논의에 환자는 없다
  •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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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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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10년을 끌어온 의료일원화 문제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진실 공방으로 시끌시끌하다. 이 논란 속에 환자는 없다. 겉으로는 환자를 운운하지만 따지고 보면 각 직역의 이익을 염두에 두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3자가 의료일원화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만난 것은 지난달 31일 오후 6시.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의·한·정 협의체 비공개 회의를 재개하면서 이번만큼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 기대가 높았다. 의료일원화를 위한 합의문 초안도 이날 나왔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교육통합과 면허통합의 내용이 담긴 수정 합의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일순간에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의사협회 지도부가 회원들의 의견을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합의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급기야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한정 합의문'의 파기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예상을 뒤엎은 의료계 수장의 초강수에 한의계와 정부는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한의계는 의료계를 맹비난했고 의료계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합의문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양측의 논쟁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시작한 의료일원화지만, 그 속에 국민은 없어 보인다. 그저 밥그릇싸움만 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의료계는 한의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봉침'을 '불법시술'로 규정하며 한의학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환자들이 수천년간 이용해온 전통의학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받은 한방치료는 뭐지?"라는 의문을 갖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계가 한의학을 부정하려면 무엇보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의협 최대집 회장의 '한방 부작용 무개입'같은 돌출선언(?)이 나오다 보니,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 발언 이후 포털사이트에는 의료계를 비판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네티즌들은 “생명을 놓고 파워 싸움 하는 건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국끓여 먹었냐”, “의료원칙을 져버리고 한방을 배제한다니 이건 잘못된 화풀이다”, “의사들 의료사고가 한방보다 100배이상 많다” 등 가시돋친 일침을 가했다.

한의계도 마찬가지다. 한의사들이 꼭 현대 의료기기를 써야한다면 전통의학에서 그것이 왜 필요한 것인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내놓아야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라는 단순논리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기회만 있으면 "국민건강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과연 이 말을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세상사는 생각하기 나름” 이라는 말이 있다. 의료일원화는 "실보다 득이 많다"고 생각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협상도 그런방향에서 해야한다. 의료계와 한의계 모두 한발씩 물러나 멀리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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