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 중 맞는 말은? 답은 모두 틀린 말이다. 아직도 이런 잘못 알려진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의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랄 따름이다.
항생제는 우리 몸을 지키는 매우 소중한 무기다. 하지만 항생제를 남용하면 내성균을 증식시켜 더 이상 쓸 수 없는 무기가 된다. 따라서 항생제는 필요할 때는 꼭 써야 하고, 쓸 필요가 없을 때는 쓰지 말아야 한다.
감기약에는 특효약이 없다. 왜냐하면 리노바이러스 등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균을 없애는 치료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리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적절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고, 증상이 심하면 의사의 진찰을 받고 증상을 줄여주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된다. 감기가 심하거나 잘 낫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에게 한 번 정도 정말 감기인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알아보고 약이 필요하면 처방받는 것이 좋다.
그러면 의사들은 어떤 약을 사용할까? 우선 증상을 좋게 하는 약을 처방한다. 즉 콧물이 나지 않게 하거나, 두통을 가라앉게 하거나, 가래를 삭이는 약이다. 그 다음 의사가 처방하는 약으로 항생제가 있다. 대부분의 감기는 항생제 처방이 필요 없지만 박테리아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 항생제를 쓴다.
특히 감기 후 류머티즘열을 일으켜 소아에게는 심장 판막에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키는 연쇄상구균 감염이 의심되면 반드시 항생제를 써야 한다. 만약 소아가 콧물은 나지 않으면서 목이 아프고 고열이 나고 편도선이나 인후에 삼출물이 생기고 목의 임파선이 부었다면 반드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항생제에 따라 3일부터 7일까지 처방한 항생제를 모두 복용해야 류머티즘열의 합병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감기를 포함한 상기도감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2002년 75%에서 2006년 55%로 줄었다가 다시 57%로 증가했다고 한다. 더구나 아직도 항생제를 100% 처방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항생제를 아예 안 쓰는 의원도 있다고 하니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한다.
항생제를 전혀 안 쓴 의사의 판단도 납득하기 힘들고, 또 거의 모든 환자에게 항생제를 쓴 의사의 행위도 이해할 수 없다. 의사마다, 전문과목마다 방문하는 환자가 다르고, 실제 상황에서 항생제를 써야 하는 환자와 쓰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극단적인 예는 의학적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의사는 언제라도 국민 건강을 지키는 가장 믿을 만한 전문가라는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의학적인 공부와 함께 사리사욕에 흔들리지 않는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의심케 하는 항생제 사용과 관련된 국민의 불신을 하루빨리 불식하게 되기를 바란다. (김철환 서울백병원 교수·가정의학) <조인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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