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우롱하는 신생아 청각선별검사 정책
저소득층 우롱하는 신생아 청각선별검사 정책
  • 심상덕 산부인과 전문의
  • admin@hkn24.com
  • 승인 2009.02.25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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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덕 전문의
얼마전 정부에서는 최저 생계비 120% 이하 가정의 저소득 층 신생아에 대하여 지역 보건소에서 난청 검사 쿠폰을 받아 지정 병의원에서 검사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비록 아직 신생아 난청의 유병율이 매우 높은 것은 아니지만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장애를 가진 채로 살아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누구도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조기 진단의 혜택을 사회적으로 홀대 받는 저소득층 신생아에게 우선적으로 준다는 것도 장려하면 할 일이지 반대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신생아 난청 사업 계획은 이런 취지 만을 놓고 본다면 마땅히 칭찬해 주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의 입장에서 칭찬을 해 주기 어려운 이유는 그 진정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정부가 저소득층 가정을 배려하여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하려면 갖추어야 할 전제가 있는 데 과연 그 전제가 갖추어졌냐고 묻는다면 정부 당국자도 긍정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전제란 목적을 이룰 만한 여건이 충분히 성숙하고 준비가 갖추어져 이용자든 병원이든 희생과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검사는 신생아가 잠들어 있을 때 조용한 공간에서 최소한 30분 이상 소요되는 검사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시행하기는 어려우며 분만하는 산부인과에서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검사 장비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이기 때문에 현재 전국의 1000여개소의 분만 병원 중 200여 군데의 대형 분만 병원에서만 난청 검사 기계를 구비하였을 뿐이며 십만원 가까운 비급여 수가로도 적정 원가를 맞추기 어려운 대다수 병의원에서는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생아 난청 검사를 27000원의 수가로 정하였다고 하는데 소형 산부인과 병의원의 경우 10년이 지나야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이런 검사 장비를 도입하는 곳이 있을 지 의문이다.

다른 분만 병원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장비를 구입하여 검사에 참여할 병원도 있기는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저소득층 산모들이 이용하는 대다수 동네의 소형 산부인과는 참여를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가 저출산에 이렇듯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고 있고 더불어 저소득층에게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고 생색이라도 낼 모양이다.

아무런 인프라나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은채 우선 선심성 정책부터 발표하고 보자는 이런 것은 그동안 많이 보아온 공무원들의 전시 행정의 또 다른 사례가 될 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저소득층 산모와 그렇지 않아도 활로가 어두운 동네의 소형 산부인과 의원이 지게 될 것이다.

목적이란 항상 정당한 수단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가능하면 쉬운 방법으로 실행 가능하다면 좋을 것이다.

적절한 방안에 대한 마련도 없이 그저 정책만 화려하게 내놓고 보는 이런 정책으로 하여 결국 저소득층 산모들은 일부러 먼거리의 대형 병원을 찾아 가는 불편과 경제적, 시간적 낭비를 감수해야 하거나 아니면 아예 검사를 받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민간에서는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림의 떡은 보는 사람에게 씁쓸한 자괴감을 불러 올 것이며 어쩌면 이용할 수도 있는 검사를 못받게 되었다는 데서 오는 박탈감만을 안겨 줄 것이다.

따라서 이 정책은 소형 동네 산부인과 입장에서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저소득층 산모의 입장은 전혀 배려치 않은 정책이며 이런 준비되지 않은 정책은 아예 추진하지 말고 그런 여유 자금이 있다면 저소득층 가정이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직접 지급하도록 해야 할 것이고 추진하려면 최소한 모든 저소득층 산모가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완비한 후에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진오비’ 회원-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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