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 뉴스 / 현정석 기자] 한 제약회사가 정부기관에서 회사이름을 부르지 않고 이니셜로만 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업계의 관계자 A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단체에 가면 공무원들이 회사 이름을 다 부르지 않고 이니셜로만 부른다”며 “미운 털이 박혀 회사 이름도 부르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업계에선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몇 년 전 지나치게 비싼 약가 논란으로 가격을 강제 인하당했지만 대법원이 회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런 얘기는 더욱 커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정부가 환자 가족들이 월 200만원 이상의 약가를 부담해야 하자 시민단체와 환자가족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14% 약가 강제 인하를 실시한 데서 시작됐다.
이 약은 당시 골수이식을 받지 않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고 외국계기업인 이 회사에 대해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 단체 관계자는 “초기 약가 결정시 희귀의약품으로 높은 약가를 보장받았고 이후 판매량 급증으로 희귀의약품 지위를 상실했었다”며 “합당한 약가인하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편법으로 희귀의약품 해제를 지연시켜 정기적인 약가재평가를 거부했던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1, 2심을 포함해 모두 승소한 회사는 정부기관에 당당하게 약가회복을 신청했고 어쩔 수 없이 약가를 회복시켜준 정부로서는 이 회사가 얄밉기 그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다른 회사의 항암사업부를 사들일 정도로 항암제 시장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가 됐던 약가는 매출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다른 항암제를 시판해 총매출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 이후 정부기관에서 이 제약회사에 불이익을 주진 않았지만 법대로 시행해 좀 더 빠른 신약판매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한 품목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급여화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아직도 미등재 상태다. 또 다른 신약은 허가가 늦어져 늦게 출시한 다른 신약이 먼저 나오기도 했다. 한 치료제는 허가된 지 2년이 넘어서야 보험급여가 적용되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합법적인 테두리에 있고 정부기관에서는 이런 이유를 들어 불이익을 주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성평가 등의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런 이유로 제도 개선을 원하고 있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 회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병의원과 약국에 불법 리베이트를 준 일을 적발,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후 식약처도 특정약 처방을 위해 병원에 돈을 준 일을 적발, 제품 판매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후에도 일부 직원의 잘못이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또 다른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해온 일이 최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재판 중이며, 지난 국정감사에 불려가기도 했다.
업계의 관계자 B씨는 “정부기관에서 강압적이거나 불법적으로 이 회사를 막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다만 그 테두리 안에서 신약 등재나 보헙급여 적용이 늦어지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회사 이름을 이니셜로 부르는 이유를 눈치채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관계자 C씨는 “이 회사의 대표가 그동안 외국인만 해와서 더 그랬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최근 한국계 대표가 임명됐지만 또 다른 리베이트가 드러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직원 D씨는 “회사에서도 그러려니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절차 상의 문제를 들어 바꿔나가야 하지 않겠나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재판 등의 문제가 있어 큰 목소리를 내긴 어려운 게 현 상황”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