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진료장벽 해법은 없나?
무너지는 진료장벽 해법은 없나?
전문과목별 영토 싸움 갈수록 치열 … “협진 및 수가 개선으로 해결해야”
  • 배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11.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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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의 진료장벽이 무너진 지 오래다. 성형 등 돈 되는 의료시장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모두 뛰어든 것은 물론, 이비인후과는 암까지 진료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진료영역의 경계를 무너뜨려 환자 풀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것인데, 의료계 내부의 갈등은 물론 환자들의 선택에도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료인력이 과잉 공급되자 개인당 환자 수가 줄면서 남의 진료영역을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저수가 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피부미용 시장, 타 전문의 절반 이상 차지

대한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피부미용을 진료과목으로 표방하고 있는 의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른바 ‘타과 전문의 또는 일반의 개설 의료기관’이다.

전체 피부미용 시장의 절반을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타 진료과목 의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피부과 의사들은 타과 전문의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을 탓할 수도 없다고 토로한다.

임이석 피부과의사회장은 “타 과목을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그러한 환경에 내몰린 의료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더 크다”면서 “성역이 무너진 현재의 상황이 달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동료의사들을 탓할 수도 없다. 진료영역 파괴현상의 배경에 저수가로 대표되는 잘못된 의료보험제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같은 상황은 해결돼야 한다”면서 “피부과 의사들은 스스로 내실을 기하고 실력을 길러 타 전문의와의 차별성과 자생력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과-성형외과, 양악수술 신경전 ‘심화’

양악수술의 영역을 놓고 치과와 성형외과가 벌이는 신경전도 점입가경이다.

양악수술은 위·아래 턱을 의미하므로 치과영역, 그 중에서도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과 양악수술의 환자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양정열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 회장은 “성형외과의 한 축은 안면윤곽성형술과 악교정술 등 두개안면의 재건과 미용수술”이라며 “최근 양악수술, 안면윤곽성형술과 관련해 환자를 놓고 치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성형외과가 학문 발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악수술을 통해 성형시장에 진출한 치과들은 보톡스, 필러 등 쁘띠성형과 각종 레이저 시술로 진료 영역을 넓히고 있다”면서 “정확한 진료영역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뇨기과-산부인과, 여성방광염 질환 놓고 서로 “내 영역”

그동안 대한비뇨기과학회는 ‘과민성 방광’을 비뇨기과 고유 영역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특히 중년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움으로써 여성 환자도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산부인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성 질환은 비뇨기과가 아닌 산부인과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형래 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는 “과민성 방광 등은 비뇨기 질환임에도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며 “비뇨기과를 성병 질환과 관련된 과로 잘못 인지하고 있는 국민들의 인식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통합의학으로 나아가고 진료과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비뇨기과학회의 고유영역 주장은 전근대적 발상”이라며 “여성배뇨질환은 산부인과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치매 치료를 두고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갑상선 치료를 두고 외과와 이비인후과, 소아 코감기 환자를 놓고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가 자신의 진료영역이라며 영역다툼을 하고 있다.
 

상호 진료영역 존중 및 협진으로 갈등 풀어야

이처럼 진료과 간 진료영역을 선점하고 굳히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어느 질환을 반드시 어느 과가 봐야 한다’는 절대적인 규정은 없는 만큼 상호 진료영역의 존중 및 협진,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료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A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치료를 하다보면 각 과마다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주도권 얘기가 항상 나오고 있다”며 “각 과가 자신의 한계를 알고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맞게 타과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각 병원에서는 센터와 같이 각 진료과 간의 허브를 만들거나 ‘협진’의 형태로 상호 진료영역을 존중하고, 경쟁을 배제하고 있다. 한 환자의 사례를 놓고 각 과 교수들이 함께 토론하며 최상의 진료방식을 찾아나가는 것.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방향성은 맞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수가체계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B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소화기내과와 외과, 혈액종양내과, 병리과 등이 협진을 하기로 하고 센터를 출발시켰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력이 부족해서 흐지부지됐다”면서 “한 공간에서 환자가 원스톱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려면 공간과 인력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협진을 해도 각 단계별 주치의 한 명만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코디네이터에 대한 수가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며 “결국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회의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부언했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의료비라는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분야에서 영역을 확대하려면 다른 곳은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진료 영역이 허물어지면 그에 따른 다툼은 불가피한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정 수가를 결정하는 특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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