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에 부가세를 부과하기로 한 기획재정부의 결정에 대해 병원계는 물론, 제약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의 근간인 연구개발 의지를 위축시키고, 임상국가로서의 한국 위상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유권해석일(2014년3월17일) 이후 최초로 임상시험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부터 의료기관이 제약사에 제공하는 임상시험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3월 17일 이전 이뤄졌던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환자에 대한 진료·치료용역’은 면세대상이지만, 임상시험용역은 ‘의약품 안전성 검사 등을 목적으로 정형화된 실험·측정방법에 따라 제약사에게 공급하는 시험용역’이므로 면세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영국 등 여러국가에서도 과세하고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제약협회는 14일 논평을 통해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R&D의 핵심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향후에도 부가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피력했다.
보건의료계는 물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회 등이 임상시험의 성격을 연구개발과정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제약협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다양한 R&D 노력을 통한 신약개발은 800만명의 작은 인구에도 불구, 1인당 GDP가 8만달러에 달하는 제약강국 스위스를 비롯한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 (임상과 같은 R&D는) 국가의 성장동력 발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임상시험의 가치와 성격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기재부의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KRPIA 관계자는 “보건의료활동과 R&D는 정부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임상시험은 두 개 모두에 포함된다”며 “특히 임상시험이 R&D가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R&D에 해당되겠는가. 임상시험을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으로 보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에 따라 4상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안주는 국가도 있지만, 한국은 1상이든 4상이든 그동안 연구개발로 봤다”며 “기재부는 영국에서는 세제혜택이 없다고 하는데, 영국에선 R&D 자체에 대한 세제혜택이 없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 역시 한국에서의 글로벌 임상 건수를 줄이는 악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는 이 같은 과세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는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임상시험 우선순위에 있지만, 임상 유치를 위한 국가들의 경쟁은 치열하기 때문에 한국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