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완전이행 TPP, 의료-제약 모두 족쇄”
“FTA 완전이행 TPP, 의료-제약 모두 족쇄”
박근혜 정부, 미국 정부와 합의 … 치료법도 특허 → 환자 진료비 상승 … 개량신약 · 제네릭 출시 어려워
  • 이동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05.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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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과의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완전이행’에 전격 합의했다. 미국이 ‘TPP(환태평양동반자협정) 가입’ 선제조건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과의 FTA 완전이행을 요구하자 박근혜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통상 분야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TPP는 12개 국가(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와의 FTA다.

이에 따라 경제계 전반에서는 한미FTA 완전이행과 TPP가입이 끼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촉발되고 있으며, 특히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산업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내용이 FTA 완전이행 진행 과정부터 포함돼 있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 지난달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단에 나란히 선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FTA 완전이행에 합의했다. (출처 : 청와대)

FTA 완전이행시 독립적 검토기구 기능 확대

TPP 논의 진전이 국내보건의약계에 끼치는 영향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2개 국가와의 FTA라는 점이다. 즉, 이들 나라와의 의료제도와의 충돌을 대비해야 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의료가 민영화 돼 있는 나라들과 제도를 조율하려면 국내의 많은 법과 제도의 손질이 불가피하다.

두 번째는 TPP 가입조건이 한미FTA의 완전한 이행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독립적 검토기구의 기능에 의약품 분야 약가에 대한 심사기능이 없으며,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가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무역장벽’이라고 여겨 한미FTA의 완전한 이행의 걸림돌로 지적해 왔다.

독립적 검토기구는 한미FTA에 의해 국내에 설치돼 있지만 심사기능이 강제성을 갖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미국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구는 이미 국내 의료기기 가격에 영향을 미친 기록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치재위)가 2011년 수입제품인 관절고정장치의 상한금액 인상안을 전문가 의견을 참고로 거부하자 수입업체인 준영메디칼이 검토기구에 재심사를 요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 “건정심, 아큐트랙 스크루 가격인상 결정 거부하라”]

지난해 4월 검토기구는 ‘수입원가를 반영해 상한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그해 6월 치재위는 재심사를 거쳐 건강보험 상한금액 10% 인상을 결정했다.

결국 같은 달 열린 건강정책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보류하면서 이 논란은 일축됐으나, 독립적 검토기구가 강제권을 가지게 될 경우 의약품·의료기기의 가격 인상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

“개인 질병정보, 미국 서버에 보관”

금융정보 이전 허용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회사에 보험회사도 포함돼 있어 건강정보가 미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미국 무역대표부가 최근 펴낸 한국 무역장벽보고서를 보면 약가 사용량 연동제 등도 한미FTA의 완전한 이행에 있어 장벽으로 꼽힌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FTA에 따라 2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3월15일부터 금융정보의 해외 이전이 허용됐는데, (아직은) 국내법 때문에 이전이 안되는 것들이 있지만, 이 규제를 완화해 외국서버에 보관하게 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메리츠, 라이나, AIG 등 보험회사에 있는 개인질병정보를 미국서버에 보관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TPP 체결되면 치료법에도 특허 가능

세 번째는 한미FTA가 TPP의 텍스트(text)가 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가장 최근 맺은 FTA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관례상 새로운 FTA를 맺을 때는 직전 맺은 FTA보다 ‘플러스 알파’가 포함된 조건으로 FTA를 맺어 왔다.

한미FTA보다 강화된, TPP에 새롭게 포함된 조건으로는 국영기업 부분이 포함돼 있고, 지적재산권 강화 등이 있다. 지적재산권은 보건의약부분과 직접 연관이 되는데, 치료법·진단방법·수술법에 대한 특허를 인정한다는 부분이 들어 있다. 이 특허가 인정되면 사소한 치료법 개선도 특허를 걸 수 있어 남용되면 의료비가 상당히 오를 수 있다.[관련기사 : TPP 협정, 한미FTA 이상으로 보건의료계 위협]

미국은 치료법에 특허를 거는 것이 가능한데, 수련목적의 치료는 예외로 두고 있다. 그러나 TPP에는 이런 조항이 없어 현재 미국 법보다 더욱 강력한 규제완화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항목은 미국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치료법에 특허를 인정하는 나라 중 TPP 예비가입국으로는 호주가 있다. 호주도 치료법 특허 조항의 TPP 포함은 반대하고 있지만, 정권을 잡은 보수정부가 TPP 가입을 추진 중이어서 반대 목소리가 표면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자료독점권 인정시 개량신약·제네릭 출시 어려워져

지적재산권 확대의 또 다른 문제는 바이오의약품 자료독점권 확대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FTA 체결 이후 자료독점권을 5년 동안 인정해주는데, 이를 12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TPP에 포함돼 있다. 자료독점권이란 특허를 받기 위한 자료의 독점을 인정해 주는 것인데, 예를 들어 약효를 증명하기 위한 임상시험법 등 특허를 받기 위한 자료가 여기에 포함된다.

즉, 자료독점권을 인정하게 되면 바이오의약품의 개량신약이나 제네릭에 대한 허가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된다.

우석균 실장은 “특허는 20년을 인정해 주는데, 임상시험 다 거치고 실제로 쓰는 기간이 8년 정도 되므로, 특허기간이 끝난 뒤에도 자료독점권은 안끝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새로운 사용법 특허를 걸면 제네릭 의약품을 신청할 때 임상시험부터 약효 증명까지 몽땅 다시 다 해야 한다. 제네릭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사소한 변화를 통한 특허연장제한의 금지’ 규정도 TPP 안에 포함돼 있다. 인도 특허법은 물질에 대해  약간 변화를 주고 특허를 새로 신청하는 것을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법률을 규제로 보고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 밖에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되는 국영 의약품 기업의 특혜 금지, 상표권 강화 등이 TPP 내에 들어있다.

우 실장은 “TPP를 하게 되면 미국 제약회사들, 거대 제약회사들은 상당한 이득을 보게 된다. 그 부담을 한국 국민들이 지게 되는 것”이라며 “삼성 같은 곳은 이득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제조사가 아니라 제조위탁업체이기 때문에 무역장벽이 없어질 경우 특허가 길어질수록 이익이라는 것이다.

일본만 포기하면 연내 체결 가능 … FTA 완전이행 신중해야

현재 TPP에 당장 가입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미국이 낸 선결조건을 이행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실제로 TPP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소위 5대 성역(돼지고기, 소고기 쌀, 보리, 유제품) 관세 철폐를 반대하고 있는 일본의 자세가 바뀌어야 하는 등 문제 때문에 갈 길이 짧지 않다. 반대로 일본만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TPP 발효는 올해 안에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미FTA의 완전이행만으로도 독립적 검토기구 권한 강화, 개인질병정보 해외 유출 가능 등의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사전단계부터 시민단체 및 직역 단체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석균 실장의 지적이다. 

▲ TPP 가입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의사)

우 실장은 “TPP는 한미FTA와 달리 다자간 협정이라 한미FTA보다 규제철폐 조건이 더 낮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TPP가 한미FTA보다 조건이 낮으면 한미FTA를, TPP가 더 높은 항목에서는 TPP를 따라야 한다. 최악의 조합”이라고 경고했다.

우 실장은 “(정부가 TPP전제조건을 무조건 이행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료제도가 많이 바뀔 것이다. 이미 한국에도 제한적으로 체결된 한미FTA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약국을 영리법인화 하거나 원격의료를 규제완화 할 경우 한미FTA 때문에 다시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어 “뉴질랜드나 다른 여러 나라,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일본의사협회에서 (TPP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TPP 및 한미FTA 완전이행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조금씩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다른 직능 단체에서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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