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문제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전탑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복지부의 주도적인 역학조사를 비롯한 종합적인 건강영향평가를 촉구했다.
예상 밖이었다. 그러나 반가웠다. 송전탑 건설로 고압전류에 장기간 노출되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국제 사회는 오래전부터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일례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은 11년 전(2002년)에 전자파를 발암물질 2B(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암발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영국의학저널도 지난 2005년 “송전탑 근방 약 200미터 이내에 사는 아동은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600미터 이상 떨어져 사는 아동보다 70% 더 높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그런가하면 일본 뇌과학저널은 지난 2007년 “5살 때까지 송전탑에서 328야드(299m) 내에 거주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암에 걸릴 확률이 5배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전력공사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얼마전 한전은 “IARC가 극저주파 자계를 발암 확정물질이 아닌 발암 가능성을 고려하는 물질로 분류했다”며 “커피, 젓갈, 고사리 등을 동일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극저주파 자계를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음식 수준에 비교했으니, 이는 송전탑이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것과 다름없다.
더 가관인 것은 주무 부처인 복지부의 태도다.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이날 국감에서 이언주 의원이 밀양 송전탑 관련 복지부의 역학조사를 촉구하자,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떠밀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단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서 관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는 산자부가 아닌 복지부다. 한전이 산자부 산하기관이라고는 하나 송전탑 건설의 찬반 논쟁과는 별개로 송전탑 관련 주민건강 역학조사는 복지부가 하는 게 맞다.
이 차관의 대답은 공무원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가 반사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전탑 관련 주민건강 역학조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안이라 했을지라도 적어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어야 하는 게 주무부처 수장다운 모습이 아닐까.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