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는 왜 공포마케팅을 하는가?
다국적제약사는 왜 공포마케팅을 하는가?
미 시사매거진 “멀쩡한 사람 ADHD 환자로 정의 … 질병 범위 쓸데없이 확산”
  • 고현석 선임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2.10.04 08:3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년째 계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다국적제약사들도 예외일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존해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장개척이 정답 중 하나다.  최근 다국적제약사들이 ‘블루오션’으로 눈독들이고 있는 시장이 있다.  바로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시장이다. 미국 온라인 시사일간지 ‘살롱닷컴’은 2일 이른바  '빅파마'들의 사람들의 공포심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자세히 분석했다. 

제약사들은 일반인과 성인ADHD 환자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증세로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불편을 겪느냐를 들고 있다. 사춘기를 전후로 과잉행동은 자연히 없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성인 ADHD는 충동 조절이 어렵고,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상 실수가 잦은 증상이 나타나며 우울증으로 오인되기 쉽다는 것이 성인 ADHD 약물을 프로모션하는 제약사들의 설명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살롱닷컴에 따르면 제약사들에게는 ADHD와 관련해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있다. 나쁜 소식은 아동 ADHD 치료약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미국만 해도 450만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미 ADHD진단을 받은 상태로, 더 이상 시장을 확대할 수 없는 상태에 와 있다.

반대로 성인 ADHD 시장은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소아 ADHD와 증상이 유사한 성인 ADHD는 제약사들의 물밑작업에 힘입어 이제 거대 제약시장의 일부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는 이미 2008년 아직 미성숙단계인 성인 ADHD시장이 몇 년 안에 엄청난 상업적 포텐셜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약사들에게 배포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성인 ADHD 시장이 수년 안에 소아 ADHD 시장 규모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제약사들에게 '타깃'으로 삼을 만한 훌륭한 틈새시장이 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인 ADHD 시장이 ‘블루오션’, ‘무주공산’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성인 ADHD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만간 발표될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성인 ADHD 질환 정의에 따르면 성인ADHD는 다음의 9개 증상 중 6개월 이상, 6개 이상을 나타내면 병증이 진단되도록 돼 있다.

(1)직장이나 가정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자그마한 일에서 실수를 보인다.
(2)대화나 강의에 집중하기 어렵다
(3)앞에서 말을 해도 딴 생각을 하기 일쑤다.
(4)일을 시작해도 금세 다른 데 정신이 팔리게 된다.
(5)일을 순서대로 잘 하지 못할 때가 많다.
(6)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게 된다.
(7)회사에 가져갈 서류를 종종 잊곤 한다.
(8)생각 중 외부자극에 의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9)약속시간, 고지서 납부 등 사소한 일을 자주 잊어버린다.

위 9개 중 6개 증상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매우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9개 증상 모두를 꾸준히 겪고 있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살롱닷컴은 이렇게 광범위하게 병증을 정의해놓고 약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ADHD약이 필요 없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의사집단과 거대 제약사와의 공생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증진되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이 아니라 제약사들의 이익뿐이다. 드럭스토어닷컴(Drugstore.com)에서 팔리는 ADHD 치료제의 가격은 100정당 평균 500달러를 상회한다.”

◆ 다국적 제약사 후원, 무엇을 노리고 있나?

살롱닷컴에 따르면, 제약사들의 후면지원을 받고 움직이는 일종의 ‘사이비’ 단체로 알려진 미국 ‘소아-성인 ADHD 환자협의회(CHADD)’는 2007/2008 회계년도에 일라이 릴리, 존슨앤존슨, 노바티스 등 다국적제약사들로부터 모두 120만5000 달러를, 그 다음해에는 117만4626 달러를 후원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두 ADHD 치료약 제약사들이다. 릴리는 스트라테라, 노바티스는 리탈린과 포칼린, 존슨앤존슨은 콘서타 등을 팔고 있다.

의료관련 저술가 린 페이어는 제약회사들이 성인 ADHD 약물의 경우처럼 더 많은 환자를 모으고 더 많은 약을 팔기 위해 질병의 범위를 쓸데없이 확장시키는 과정을 ‘병으로 장사하기(disease-mongering)’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ADHD 약물 ‘리탈린’. <사진 = 위키미디어커먼스>

 

◆ 가벼운 증세도 공포 극대화 → 의학적 질환으로 유도 → 약물 판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제약업계의 주요 판매 전략 중 하나는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가벼운 병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연적인 과정으로 여겨온 증세를 ‘의학적인 질병’으로 받아들이도록 의식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단지 불편한 것쯤으로 받아들이던 것을 이제는 ‘의료상의 개입’이 필요한 질환이라고 설득해야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숨은 논리인 것이다.

성인 ADHD를 ‘질병’으로 규정해 이뤄지는 광고는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 성인 ADHD를 확진하기 위한 혈액검사나 다른 진단방법은 나와 있지 않다. 일부 의사와 제약사에 의해 ‘그럴 수도 있다’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여기에 결정적으로 거대 제약사들의 마케팅 수단인 대중광고가 '공포'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문제는 콘서타, 덱세드린, 리탈린 같은 이른바 성인 ADHD 치료제 광고가 있기 이전에는 보통 사람들에게 건강에 대한 인식과 실제 건강이 별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4월 미국 CBS 방송의 보도탐사프로그램 ‘60분’은 켄터키대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대상자 중 34%가 의사처방 없이 ADHD 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재학기간이 긴 학생일 수록 복용기간은 늘어났다. 특히 4학년 학생들의 복용비율은 50~60%로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방송은 처방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약물이 필요한지를 떠나서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모두 거대 제약사들의 마케팅 전략에 영향을 받아 나타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 기면증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

 

▲ 프로비질 200mg

국내에서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소문이나 팔리고 있는 ‘프로비질’은 제약사 마케팅의 영향을 보여주는 매우 좋은 예다.

원래 기면증 치료제로 개발된 ‘프로비질’은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잠에 쫓기는 트럭운전자,  심지어는 야간당직을 하는 의사들에 의해 다량으로 복용되고 있다.

공군 조종사들도 이 약을 복용하는 직업군에 속하는데, 미 공군은 아예 이 약물사용을 공식적으로 승인하기도 했다.

한국얀센에서 판매해온 ‘콘서타’ 역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큰 파문을 낳은 바 있다.

소아과 전문의 로런스 딜러 박사는 이와 관련해 최근 샌프랜시스코 크로니클에 실린 컬럼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의사처방 각성제를 남용하는 문제가 꾸준히 지속돼 왔다”며 “그때마다 미 연방 정부는 각성제로 인한 해악이 이득보다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도시 한복판의 광고판을 통해, TV 등 미디어를 통해 각성제가 지금처럼 대규모로 광고된 적은 처음”이라며 “자본의 논리가 국가의 권위와 국민의 건강을 지배하는 시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흔이 있는일 2012-10-04 10:55:49
많은 기업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나요. 새삼스럴것도 없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거보세요. 유명 식음료회사들의 음모가 판 치잔아요 ~~~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